안녕하세요. 이음마켓입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의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2018년 10월 14일부터 쌀 포장 표시사항에 의무적으로 등급표시를 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쌀 품질을 쉽게 알게 하고 좋은 쌀 구매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저희 이음마켓은 이 부분에 대해 긍정적이에요. 다만 다양한 쌀 품종, 변덕스런 날씨 등 다양한 재배 조건 등에 일괄적인 기준을 맞추는 것이 다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쌀 생산자나 도정공장, 또는 판매자가 품질은 고려하지 않고 "미검사"를 대놓고 찍어 판매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미검사" 항목은 쓸 수 없고, "등외"로 표시해야 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재배 조건에 적용할 수 있는 등급기준을 기대하며, 쌀 등급표시 의무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더불어 저희 볼음도 유기농 고시히카리 쌀 품질분석도 마쳤기 때문에 함께 설명할까 싶어요. ^^

쌀 품질검사는 도정된 백미 1kg 정도를 공식기관에 맡겨서 의뢰하게 됩니다. 미질검사, 잔류농약검사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미질검사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볼음도 유기농 고시히카리는 잔류농약검사에서 이미 불검출 판정을 받았습니다. ^^) 저희는 강화군농업기술센터에 미질검사를 의뢰했어요. 물론 농관원 지정기관입니다. (미질검사를 지정기관에서 했는지도 확인해볼 부분입니다.)

우선 "쌀 등급 기준"부터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기준 중 하나라도 벗어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6개 항목 중 5개 항목이 "특"이고 1개 항목이 "보통"이라면, 그 쌀의 등급은 "보통"이 됩니다. 만약 1개라도 "등급"에서 벗어나면, "등급외"로 판정받게 됩니다. 즉 평균치로 등급을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 항목의 등급이 그 쌀의 등급이 됩니다. 특등급 쌀이 되려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어쩌면 표기사항에 "특"라고 되어 있어도 등급판정 서류 제시가 없다면, 한번쯤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여기서 "특"과 "상", "보통"을 구분하는 각 항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등급기준서에 제시된 용어 설명은 좀 어렵고, 기준도 까다로워요. 여기서는 이해가 중요한 부분이니 쉽게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 수분 : 쌀에 포함된 수분량을 말합니다. 16% 이하여야 등급을 매길 수 있습니다. 16% 이상이면 바로 "등외" 판정을 받습니다. 

☆ 싸라기 : 쌀 부스러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정상적인 모양을 갖추지 않은 쌀 알갱이입니다. 

☆ 분상질립 : 쌀 표면이 불투명하고 가루 모양을 가진 낟알을 말합니다. 이는 주로 쓰러진 벼나 일찍 벤 벼에서 나온다고 해요. 

☆ 피해립 : 말 그대로입니다. 오염, 병충해 등에 의해 변색되거나 손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쌀을 말합니다. 

☆ 열손립 : 열 등에 의해 발생한 변색 또는 손상된 쌀로 일정 기준 미만은 피해립으로 적용합니다.

☆ 기타이물 : 쌀 외의 것, 돌 플라스틱 등 고형물이나 쌀 이외의 곡립이 들어간 것을 말합니다. 

까다롭고 복잡하죠? 그러나 밥맛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보다 쌀에 포함된 단백질 함량입니다. 

단백질 함량은 의무표기사항은 아니지만, 사실상 밥맛은 단백질 함량에서 결정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서 언급한 등급 기준은 벼 품질뿐 아니라, 도정하고도 관계가 깊어요. 어떻게 쌀을 도정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벼에서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즉 도정시설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백질 함량은 재배 환경과 방법에서 결정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농사가 잘 되어야 합니다. 좋은 땅에서 건강하게 자란 벼여야 밥맛이 좋다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시설에서 도정한다고 해도 단백질 함량을 마음대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벼 품종(고시히카리, 삼광, 추청 등) 또한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칩니다. 

쌀의 단백질 함량은 낮을수록 밥맛이 좋습니다. 등급 기준은 "수" 6.0% 이하, "우" 6.1~7.0%, "미" 7.1% 이상입니다. 엄밀히 말해 단백질 함량 등급이 "수"인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요. 있다 하더라도 대체로 5.5~6.0%입니다. 5.0~5.5%도 보기 힘들고, 5.0% 미만인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그래서 2017년 단백질 함량 검사 결과, 볼음도 유기농 쌀이 4.1%로 나왔을 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단백질 함량이 낮은 쌀은 등급과 관계없이 그냥 맛있습니다. 입에 닿는 순간, 밥의 단맛이 입안에 확 퍼집니다. 

그럼 이번에 미질검사를 받은 볼음도 유기농 고시히카리의 예를 살펴볼게요. 

분석결과를 보면, 단백질 기준은 "수", 미질등급은 "상"를 받았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볼 때, 단백질 함량 4.1%에는 못 미치지만 4.9%, 꿈의 4%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미질등급은 "특" 등급이 아닌 "상" 등급. 어디서 모자른가 살펴보니 딱 하나, 피해립에서 나왔습니다. 피해립은 앞서 설명한 대로 오염, 병충해 등에 의해 변색되거나 손상된 쌀알입니다. 만약 일반 벼 같았으면, 피해립이 문제되지 않았을 거예요. 농약으로 병충해를 막으니까요. 게다가 재배가 어렵기로 소문난 고시히카리.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환경에서 고시히카리 피해립이 2.0%인 것만도 사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덧붙여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어요. 벼가 타들어간다고 하죠? 이 정도의 폭염에 벼가 제대로 자라기가 어렵습니다. 남쪽 지방의 경우는 벼 품질이 많이 떨어져서 고민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그나마 강화도는 북쪽이고 일교차가 큰 편이라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2017년 "특"등급을 받은 벼 품종은 삼광입니다. 삼광은 병충해에 강하고, 볏대도 비교적 튼튼하며, 밥맛도 좋기 때문에 유기농 환경에서 각광받는 품종입니다. 삼광은 만생종이라 이제 한창 벼를 수확하는데, 볼음도 유기농 삼광벼도 미질검사를 맡겨봐야겠어요. 그러면 같은 환경에서 자란 고시히카리와 삼광의 차이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한 가지 의견을 붙이자면,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벼와 농약을 쓰는 일반 벼의 등급 기준이 같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에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면 확실히 벼가 달라지거든요. 심지어 쓰러진 유기농 벼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면 다시 살아나요. 작년에 볼음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너무 가물고 날이 뜨겁다 보니 볼음도 유기농 단지의 1만여 평 벼가 힘없이 늘어졌어요. 1만여 평이면 엄청난 양의 벼가 나올 수 있는 면적이죠. 주변에서 걱정을 하며, 여기에 농약과 화학비료 조금이면 모두 살아난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볼음도친환경작목반 선생님들은 그 논을 모두 갈아엎었어요. 다른 논에 피해줄 수도 있다고 하면서요. 수십년을 가꿔온 자연 그대로의 유기농 단지를 1만여 평 때문에 버릴 수 없다는 뜻이 있던 거예요. 그 소식을 들은 저희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유기농에 대한 의지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새삼 유기농이 무엇인지, 친환경이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친환경 농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중 한 분이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어요. "저는 친환경이 별로예요. 메뚜기 떼를 어떻게 감당해요. 벌레 없는 곳에 살고 싶어요. 요즘 농약 좋아졌어요. 많은 양도 쓰지 않아요."라고요. 가벼운 담소 자리여서 그 때는 대답을 안 했지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메뚜기와 벌레도 안 먹는 벼를 먹고 싶어요? 농약 잔류검사는 왜 할까요? 농약을 조금이라도 친 농산물은 잔류검사에서 바로 농약 검출됩니다."라고요.